황윤한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교육계는 ‘캠코더’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조직경영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 가운데 ‘Management is getting things done through the people.’이 있다. 직역을 하자면 ‘경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이지만, 경영은 적재적소(適材適所)를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좋은 인재(人材)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뜻이다.
성공하는 리더들의 특성 중에 하나는 인사(人事)를 잘 한다는 것이다. 즉, 성공한 리더들은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찾아낸 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이 조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 구성원들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리더들이 인사를 잘 한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실패한 리더들은 인사를 잘 못한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잘못된 인사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사는 해당 업무와 관련이 없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자기 주변 인물들을 인용하는 정실인사(情實人事)이다. 미국의 유명한 교육개혁 중의 하나로 1990년대에 단행된 켄터키州 교육개혁은 교육감이 정실인사를 할 수 없도록 법제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켄터키州에서는 교육감을 선출하기 때문에 선출된 교육감은 자신이 교육감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기여한 사람들을 교육청의 요직에 임명하였었다. 그런데 교육감도 선출직이기 때문에 교육감으로서의 전문성이나 자질과 상관없이 선출되는 경우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청의 요직에 임명된 사람들 중에도 비전문가들이 있어 교육행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초래하였었다. 켄터키州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 선출직인 교육감에게서 인사권을 배제하고, 대신 州의회에서 검증하고, 州지사가 임명하는 교육국장에게 인사권과 더불어 기존에 교육감이 갖고 있었던 권한 일부를 부여하였다. 다른 개혁 정책들도 켄터키州 교육개혁이 성공적인 교육개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정실인사를 제도적으로 방지한 것도 크게 기여하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관련하여 항간에 떠도는 말 중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 산하•유관기관 부처에 인사를 하면서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하던 ‘코’드가 맞는 ‘더’불어 민주당 출신들을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캠코더 인사를 함으로써 사건과 사고가 그칠 줄 모르고 일어나 국민들이 많은 불편과 불안을 겪어야 했던 코레일 사장은 철도 분야에 문외한이란 평을 받았었다. 기업•벤처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친문 인사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한다든지, 교육 행정 분야에 경력이 없는 인사를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한다든지 등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를 불신하고 떠나게 만든 여러 원인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를 할 때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정실인사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행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인사에서도 종종 논란이 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교육계에도 대학 총장들이나 교육감들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캠코더’ 인사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자기 사람들을 대학이나 교육청의 주요 보직에 특별채용 한다든지, 공모이라는 명분하에 신중하게 자격과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 낙하산 인사를 하는 사례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낙하산 인사들 중에는 자신이 맡은 직책의 업무들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해당 직책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여 정말 실망스런 업적을 쌓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총장이나 교육감들의 ‘코드 인사’가 자기 사람들을 심어 산하 기관들을 장악하고, 차기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쳐질 때도 있다. 그래서 재선, 삼선까지 어렵지 않게 당선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와 교육은 다르다. 정치가들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정치가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캠코더 인사처럼 정실인사를 한다 치더라도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전문가를 인사해야 한다. 더더구나 교육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입안•수행하는 대학이나 교육청에서는 정말 실력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적재적소의 인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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