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광주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 교육학 박사)
학교폭력의 또 다른 아픔
) -->초등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업무를 맡은 장길동(가명) 선생님은 이번 학기 들어 정시에 퇴근 한 날을 손에 꼽는다. 3월 초부터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느라 일과 시간은 물론 퇴근 후 밤늦게까지 각종 서류 작성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운영 및 교육청 보고 자료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매일 학교폭력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가·피해학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 인한 민원을 처리하면서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장길동 선생님은 학교폭력업무를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꺼리자 교장선생님이 세 번을 부탁해 억지로 맡았지만 그 때 거절하지 못한 것을 내내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을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에는 절대로 맡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과 위로를 스스로 건네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학교폭력은 관련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교사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를 남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강화되면서 작은 다툼도 담임종결권보다 학폭위 처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힘든 행정처리를 업무담당 교사들이 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바라보는 가·피해학부모 간 관점의 차이로 감정싸움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이를 중재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하며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는 최고 기피 업무가 되었고, 업무담당교사도 매년 바뀌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업무 담당교사는 학교폭력전담기구를 열고 가·피해학생 및 담임교사 등을 만나 사안을 조사하고 각종 서류를 작성해 결재를 받은 후 교육청에 보낼 양식을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이후 사안의 경중 및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학폭위를 여는데, 10여명의 학폭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심의 날짜를 잡고 학폭위 개최 안내장 등을 발송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피해학부모 간 분쟁과 민원은 덤으로 처리해야 한다. 학폭위 개최 전에는 위원들이 징계에 참고할 근거 서류와 증거 자료를 작성해야 하고, 학폭위 심의 장소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학폭위 심의 시 가·피해학생 분리 및 진술을 위한 안내, 회의록 작성 등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조치결과에 대한 공문 작성과 교육청 보고 자료 등을 작성해야 한다. 끝으로 조치결과를 가·피해학생 가정에 통보하며 이를 등기로 발송해야 한다. 학교폭력 한 건에 대한 처리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겪어야 할 학부모의 민원 처리에 관련 교사들이 소진(burn out)되어 간다.
학폭법은 2004년 제정되어 현재 우리 학교현장에서 학교폭력과 관련해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학폭법에서 규정하는 학교폭력 개념이 매우 넓은데 반해 사소한 다툼까지도 학폭위에서 처리하도록 하면서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되어 가는 것이다. 특히 학생 간 다툼과 분쟁을 처리할 때 교사의 교육적 재량권이 약화된 반면, 법과 규정에 의한 각종 위원회의 조사와 심판이 강화되어 갈수록 학교가 삭막해지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과 교사들의 피해를 줄이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지금보다 더 교육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피해학생 중심에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교사들의 교육적 재량권을 인정하는 등 법보다 위로와 공감이 우선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학교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학생과 학부모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교사들의 소진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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