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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권하는 학교[미래뉴스 제공]

교육정책연구소 2017. 7. 20. 09:50


성광(교육학 박사)


커피 권하는 학교

최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많은 수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이들은 학교에 출근해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며, 분주하고 복잡했던 아침상황을 정리하고 하루의 일과를 계획한다. 짧은 아침 티타임을 통해 동료교사들과 수업이나 학교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에서의 첫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시간 외에도 교사들은 쉬는 시간이나 수업 중간중간 교재연구실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점심식사 이후나 나른해지는 늦은 오후에도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교사들은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말한다. 이는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지만 커피에 든 카페인이 말초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해줌으로써 뇌와 여러 신체기관이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성 효과로 인해 카페인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형태로 사용되며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물질로 꼽히고 있다.

반면 카페인을 과잉섭취 했을 경우 부작용도 발생한다. 카페인은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두통, 탈수, 혈압증가 등을 유발하고, 지나친 각성효과로 인해 행동불안, 정서장애, 부정맥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얼마 전,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방송에서 카페인의 기만효과를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인간의 몸이 에너지가 떨어지면 뇌를 천천히 쓰라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즉 커피를 많이 마시면 쉬어야 할 우리 몸을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속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커피 열풍을 보면서 교사들이 커피를 마셔가며 자신의 뇌를 속이고 과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문해 본다. 여유있고 분위기 있는 향긋한 모닝커피는 조작된 이미지일뿐, 현실은 힘들고 고된 학교 업무를 견뎌내기 위해 교사들이 아침부터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은 아닐까?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수업의 긴장감, 수시로 터지는 학생들의 일탈과 사고, 수업보다 과도한 행정업무, 학부모들의 민원과 학교구성원들 간 관계의 어려움 등 으로 교사들이 카페인 없이는 학교업무를 감당하기 힘든지도 모르겠다. ‘술 권하는 사회’ 마냥, 학교가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보낼 수 없는 피로한 곳이 되어 ‘커피 권하는 학교’가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학교는 교사를 비롯해 구성원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최근 학교는 다양한 교육혁신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행복과 여유, 협동과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교사는 행정중심에서 학생중심의 수업과 업무를 연구하며 인간주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학교행정업무를 간소화하고,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활성화하며,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특색 있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길이 멀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교사에게 여유가 주어질 때 에너지가 쌓이고, 그 에너지를 토대로 학생들의 교육에 더 정진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들의 피로도를 낮추는 것이 우리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커피를 카페인 때문이 아닌 그윽한 풍미로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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