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한(광주교육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바야흐로 세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었고,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다각적인 대비 정책들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의하면, 3차 산업혁명, 즉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을 등에 업고,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하고, 초지능화하여 산업구조와 사회 시스템을 혁신하는 IoT/CPS/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만물 초지능 혁명인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산업혁명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형태의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이에 잘 적응한 나라는 세계 경제를 지배하였고, 이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라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직면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차 산업혁명 때에는 농업과 가내수공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2차 산업혁명 때에는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났었다. 3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기에도 이 같은 현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7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또 전 세계 7세 어린이들의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고, 축소되는 일자리 대신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2백만 개 이상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가 세계 25위(기술숙련도 23위; 교육시스템 19위; 노동시장 유연성 83위)라고 하였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차세대들은 직업을 잃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업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사회에 대비가 얼마나 중요하고 긴급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집회가 염원했던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짧은 기간에 출범한 정부이기에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전 정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역사교과서, 대학입시, 외고/자사고/국제고 문제, 누리과정, 고교 무상교육, 대학 기회균등 전형 등 산적한 교육현안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가운데, 선거 공약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고, <이공계 과학기술인 적극 등용, 기초연구에 장기 투자, 연구 활동 보장, 암기위주에서 창의력 위주 교육체계 개편,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실시, 직업전환교육을 제2의 의무교육으로> 등의 교육개편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라는 이념으로 내세운 교육 공약들은 다른 사회 정책들과 함께 적폐(積弊) 청산이란 톱니바퀴와 맞물려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큰 어려움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하루아침에 제도들이 변화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정책 방향들은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정책들은 미약하고, 제시된 정책들도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정책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취약 영역인 이공계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공계 과학 기술인들이 노력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때, 이공계로 인재들이 모여들 것이고, 이공계 기술인과 인문학자들이 연합할 수 있는 협력의 장이 많이 만들어져야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기대할 수 있다. 인문학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역발상적인 정책들도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창의·인성 교육에 심혈을 기울려 왔지만, 사회에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창의·인성보다는 인맥 관계(학계, 정계, 출신지 등)와 같은 다른 외적 요소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변화시키지 않는 한 창의·인성 교육의 강화는 공중누각에 불과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사회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미 있는 정책은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인쇄된 교과서를 떠나 디지털 전달에 의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학생들이 무한한 원자료(1차 자료)에서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러한 자료를 자신의 학습 내용으로 선정·조직하며, 이를 자기 지식으로 창출하는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여야 한다. 일상생활의 많은 기기들이 인공지능화 되어 자동으로 통제되는 사회에서 살아갈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얽매인 아날로그 방식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차세대들을 그만큼 미래 사회에서 뒤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부디 이번 정부는 보다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정책이 개발되고 시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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